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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인문학

뛰어난 도박사(better poker player)와 뛰어난 투자자(better investor) 당신의 선택은?

by micaPARK 2016. 6. 18.



"돈을 벌기 위해서 포커를 잘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포커 잘 하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2012년 7월 무더운 어느 날 미국 라스베가스(Las Vegas)에 위치한 리오 카지노 도박장에선 제43회 월드시리즈 포커(World Series of Poker) 토너먼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 대회의 하일라이트는 1등 상금 850만 달러가 걸린 메인이벤트(Main Event). 통상 메인이벤트의 최종 우승자는 '포커 월드챔피언'(World Champion of Poker)으로 불릴 만큼 명예가 뒤따른다.

메인이벤트의 참가비는 1만 달러. 22살의 프로 도박사인 데릭 울터즈(Derek Wolters)는 총 6598명의 참가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운이 안 따랐는지 대회 첫날 판돈 1만 달러를 모두 잃고 도박판에서 떠나야만 했다.

그런데 데릭의 베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대회가 열리기 전 몇몇 참가자들에게 베팅하는 형식으로 또 다른 투자를 단행했다. 예를 들어 대회 참가자 A에게 1000달러를 투자하고 만약 A가 우승한다면 우승상금의 4%를 받는 식이었다.

그는 이렇게 총 15명의 참가자들에게 1000달러에서 1500달러를 투자했다. 재무학 관점에서 보면 데릭은 베팅을 분산(diversification)해서 위험을 헤징(hedging)한 것이다. 한마디로 분산투자. 참으로 영리한 도박사이다.

그런데 대회 5일 째 그가 투자한 15명 참가자 중 살아남은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의 베팅이 거의 실패로 돌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한 명의 실력은 만만치 않았고 끝까지 살아남아 최종 테이블(Final Table)에 진출하는 9명에 들었다.

데릭이 투자한 그 마지막 한 명은 최종 테이블에서도 선전해 결국 3등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3등 상금은 약 380만 달러. 그리고 데릭에게 배당된 투자수익금은 60만 달러. 데릭이 이 참가자에게 준 돈이 1500달러였으니 투자원금의 400배에 달하는 대박을 거둔 것이다.

물론 데릭은 본인이 직접 메인이벤트에 참가하느라 1만 달러를 썼고, 또 15명의 참가자들에게 1000~1500달러씩 투자했으니 그의 총 베팅액은 약 3만 달러 남짓이 된다. 따라서 그의 종합 투자수익률은 20배. 그의 총 투자기간은 3개월이니 참으로 기막힌 베팅이 아닐 수 없다.

그후에도 데릭은 프로 도박사로의 삶을 여전히 살고 있다. 각종 포커 대회에 꾸준히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상금도 그럭저럭 많이 탔다. 하지만 한번도 포커 월드챔피언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최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데릭은 뛰어난 도박사(better poker player)와 뛰어난 투자자(better investor)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까운지 질문을 받았을 때 주저 없이 자신은 "뛰어난 투자자"라고 답했다.

그리고 "세상엔 정말 뛰어난 도박사들이 많다. 나 스스로 뛰어난 도박사가 돼 포커 대회에서 우승해 큰돈을 벌 확률보다 뛰어난 도박사를 찾아내 그들에게 투자해 돈을 벌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유망 포커 플레이어에게 투자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한 때 우리 극장가에는 '타짜' '신의 한 수' 등과 같은 도박 관련 영화가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돈을 벌기 위해선 나 자신이 뛰어난 실력자가 돼야 한다는 거였다(물론 영화에선 상대를 감쪽같이 속여서 돈을 버는 게 진짜 실력자인 것처럼 나오지만 말이다).

사실 나 자신이 잘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고정 관념은 도박의 세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자식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잔소리 하는 것도 공부를 잘 해야만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고 비즈니스도 똑같다. 내가 주식을 잘 알아 주식고수가 돼야 주식부자가 될 수 있고, 나 스스로 뛰어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업을 운영할 능력이 있어야 창업을 해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골프나 테니스 등 프로 스포츠 세계에선 이런 생각이 더 심하다. 프로 선수들이 돈을 벌기 위해선 각종 대회에 나가 이겨서 상금을 타야만 한다. 따라서 프로 선수들에겐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프로 도박사 데릭은 돈을 벌기 위해 꼭 나 스스로 최고 실력자가 될 필요가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나 자신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어도 수십 수백 배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며 그리고 그 방법이 나 자신 스스로 뛰어난 선수가 되는 길보다 수십 수백 배 쉽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 연구소에 근무하는 J씨는 그 외아들을 열심히 축구선수로 키우고 있다. 하지만 현재 청소년 축구 클럽 선수로 뛰고 있는 그의 외아들이 박지성과 같은 뛰어난 선수가 될 소질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럼 왜 축구를 계속 시키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J씨는 "뛰어난 축구 선수로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뛰어난 축구 선수를 보는 눈을 기르게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J씨의 목표는 그의 아들을 유망 축구 선수를 발굴할 줄 아는 스포츠 에이전트로 키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유망한 축구 선수를 찾아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유망한 축구 선수를 중고등학교 선수 시절부터 발굴해 투자하면 나중에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번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돈을 벌기 위해 나 스스로 곰처럼 재주를 잘 넘을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저 재주를 잘 넘는 곰을 찾아내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식부자가 되기 위해 나 스스로 주식을 많이 알고 트레이딩도 잘 하는 주식고수가 될 필요는 없다. 세상엔 주식고수들이 너무 많다. 이들을 찾아내 그들에게 투자하는 게 직접 주식투자하는 것보다 여러 면에서 월등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죽어라 노력해도 내가 주식고수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창업도 똑같다. 모두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될 수 없고 누구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없다. 그저 유망한 창업가를 초기에 잘 발굴해 투자하면 투자원금은 몇 년 후 수십 수백 배로 늘어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고치면, 내가 주식투자를 못한다고, 내 자식이 공부나 축구를 못한다고 열등감을 가질 필요도 없어져 인생이 행복해지는 효과도 있다.

출처 :
머니투데이 "22세 도박사의 기막힌 베팅… 지고도 '400배 대박"
http://m.mt.co.kr/renew/view.html?no=2016033117264622194&type=outlink#imad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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